인생변주곡) 은혼銀婚에 부쳐

▣ 銀婚에 부쳐

여보,

어느새 부부의 연을 맺은 지 25년의 시간이 흘렀소.

돌이켜 보면 난 늘 당신에게 신세 지면서 살아온 것 같군요.

당신에게 마음고생 시킬 말 내뱉고, 실망감을 주었던 시간들이 내내 부끄러워요.

없이 사는 집안 오 형제의 장남 집안에 시집와서 아무 말 없이 잘 참아 주어 참으로 고마워요.

은혼銀婚을 맞아 가슴 속 깊이 다짐을 해 본다오.

결혼하기 전 당신에게 했던 '행복의 가장'이 되고자 하는 약속을 꼭 지키리라고.

친구들이 늘 내게 말하듯 참으로 예쁘고 복된 여자를 맞이한 것 같아요.

당신은 늘 나를 아침의 요플레로 시작하며 배려해 주지요.

나 역시 세상 무엇보다도 당신을 아끼고 사랑한다도.

가끔씩 당신의 타고난 목소리 톤에 놀랄지라도 말이오.

나는 당신에게 '행복의 요리사'가 되겠소.

당신 무릎 베게 삼아 소시少時적 사랑 떠올리면 나도 몰래 입가에 행복의 미소가 번지는 것을 느낍니다.

세월의 주름은 어쩔 수 없어도 마음에 주름은 영원히 잡히지 않도록 노력하겠어요.

사랑이라는 자전거를 타고 남은 인생을 손잡고 갈 것을 새끼손가락을 걸어 봅니다.